“빅데이터·AI 활용으로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최선 다하겠다”
지난 7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서비스 장애로 촉발된 전 세계적 IT 대란은 정보기술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또다시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대한민국 보건복지 분야에서 정보기술의 대동맥 역할을 하는 대표기관, 바로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다. 이곳의 수장으로 지난 6월 3일 취임한 김현준 원장을 만나봤다.
28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뒤로 하고, 한국사회보장정보원장으로 6월초 취임하셨다. 그간 소회와 앞으로의 각오를 말씀해 달라.
공직자로서 28년 동안 공공의료, 지역복지, 장애인, 보육, 연금, 건강, 인구정책 등 보건의료와 사회복지 정책 전반을 경험한 것이 가장 큰 자산이다. 공직생활 중 사회보장정보시스템, 보육통합정보시스템, 지역보건의료정보시스템 구축 등에 참여하면서 정보시스템이 국가 정책의 완결성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로 인해 한국사회보장정보원장이라는 직책에 막중한 책임감과 동시에 새로운 시작의 설렘도 같이 느끼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의 행복·희망·건강과 정부 정책을 잇는 가교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할 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복지정책 발굴과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선제적 노력에도 최선을 다하겠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은 사회복지종사자들에게 친숙한 기관으로서 많은 역할을 맡고 있다. 소개 부탁드린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하 사보원)은 사회보장정보 서비스로 국민 행복에 기여하는 보건복지 분야 정보화 전문기관으로서 복지의 대동맥인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비롯, 지역보건의료정보시스템, 사회서비스전자바우처시스템 등 보건복지 분야 주요 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있다. 촘촘하고 두터운 약자복지 실현을 위해 복지사각지대 대상자 발굴, 위기아동 발굴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여러 기관에서 다양한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발굴모델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복지급여 부정수급 사전예방 및 사후차단을 통한 복지재정 효율화에도 기여하고 있으며, 의료정보보호센터·개인정보보호센터는 보건복지 분야의 정보보안을 책임진다. 끝으로, 보건복지 분야 정책지원 및 데이터·통계정보의 생산·분석·제공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AI 활용이 모든 분야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사회복지 분야에서의 빅데이터 AI 활용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이 있다면….
사보원은 공공부조와 사회서비스, 보육, 돌봄, 공공보건 등에 대한 방대한 사회보장 데이터를 구축, 사회복지 정책 수립과 학술연구 등에 활용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AI기술을 접목하여 복지 사각지대나 아동학대 등 위험에 처한 위기 집단을 발굴하고, 이상결제탐지시스템(FDS) 분석을 통해 복지급여 부정수급 예방에도 기여하고 있다.
앞으로 사회보장 빅데이터 개방을 확대해 사회보장 수요를 예측하고, 제도 도입 타당성 평가 등 다양한 실증연구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AI 기술을 초기상담에 확대 적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AI 분석모형을 정교화하여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맞춤형 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개인정보를 보호하되 적극적인 이용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복지부 개인정보통합관제센터를 맡고 있는 사보원에서도 고민이 되는 지점일 것 같다.
4차 산업혁명 핵심인 디지털 전환의 성공 요건은 개인정보의 ‘안전한’ 활용이다. 사보원의 개인정보보호센터는 정부 보유 개인정보의 약 70%가 모여 있는 보건복지부 및 소속·산하 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와 오남용을 예방하기 위해 통합분석 및 오남용 모니터링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수년간 개인정보 보유기관들을 대상으로 개인정보보호 교육·훈련 및 컨설팅·점검 활동을 통해 안전한 활용 기반 강화, 오·남용 및 유출 사각지대 해소 노력을 하고 있다.
데이터 결합전문기관으로서 보건복지 분야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역할을 충실히 함으로써 보호와 활용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노력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앞으로도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의 경계선에서 중심을 잡고 데이터 산업 시대의 선도적 기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사보원에서 운용 중인 시스템상의 정보를 민간에서도 통합사례관리, 중복수급 방지, 복지 소외계층 발굴·지원 등을 위해 조회·활용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가 많다.
사보원의 사회보장정보시스템과 사회서비스정보시스템 내에 민관이 공동으로 사례관리를 진행할 수 있는 공동사례관리 기능이 구현되어 있다. 이를 통해 대상자의 정보를 함께 공유하고 사례회의, 서비스 제공계획 수립, 서비스 제공 및 점검 등 사례관리의 모든 과정을 민관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사회서비스정보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는 3대 복지관(종합·장애인·노인)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앞으로 사보원은 민관협력을 통한 통합사례관리 활성화를 위해 시스템 활용도를 높이도록 지속 노력하고, 민간기관 범위 확대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사보원은 현재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복지 소외계층 발굴·지원 등을 위해 특별히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사보원은 단전·단수·건보료 체납 등 위기정보 45종을 수집·분석하고, 고위험 대상자를 예측·선별하여 지자체에 제공하고 있다. 지자체는 이를 활용해 지역 내 위기가구를 찾아 상담하고 복지서비스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가 위기에 처했거나 위기에 처한 이웃을 발견했을 때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몰라 제때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사보원은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전 국민 누구나 쉽게 모바일 앱으로 복지위기 상황을 알릴 수 있는 ‘복지위기 알림서비스’를 구축했다.
복지위기 알림서비스는 경제적 어려움, 건강 문제 등 복지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핸드폰 앱을 통해 도움 요청하면 관할 주민센터로 정보가 연계되어 상담 및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지역 내 위기가구를 신속하게 발굴하여 촘촘한 복지안전망이 구성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부탁드린다.
원장님께서는 오랜 공직생활 동안 많은 정책을 직접 다루셨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정책은?
하나의 정책을 준비하고 실현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노력이 수반되는 만큼 어느 것 하나 소홀한 것이 없지만 그중 하나만 꼽으라면 ‘사회복지 전달체계 개편’이 아닐까 싶다.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는 복지 수요 확대와 다양화에 대응하고 복지 사각지대 문제 해소와 급증하는 복지재정의 효과적 관리가 요구되는 환경이었다.
복지부 지역복지과장으로 재임하던 당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효율적인 복지전달체계 구축’을 목표로 ‘사회복지전달체계 개선 종합대책’과 ‘시군구 복지전달체계 개선대책’을 수립하고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 발전의 근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로부터 십 수 년이 지나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한국사회보장정보원장으로 왔으니 그 시절 어느 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보원이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지 15년이 지났다. 30년 후사보원은 어떤 모습일까?
미래를 예상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환경변화와 트렌드를 보면 답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저출생·고령화·청년실업·노인빈곤 등 여러 사회문제들은 따로따로 분리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복지와 다른 인접 분야인 인구·보건·고용 등은 그 연관성이 점점 더 높아지는 추세이다. 빅데이터·AI·클라우드 등 4차산업 신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미래에는 그 발전 속도와 사회적인 영향력이 계속해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추세들로 미루어 볼 때 대한민국에서 사보원은 인구·보건·복지·일자리 등 넓은 의미에서의 사회보장 분야를 망라하는 ‘통합 디지털 플랫폼 전문기관’으로서 국가 정책의 완결성을 높이고, 국민 행복을 더해가는 국가기관으로 국민의 일상 속에 깊이 자리 잡을 것으로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보건의료, 보육, 복지 등 사회보장 현장의 모든 종사자들의 노력과 헌신에 깊은 감사와 존경을 전하고 싶다. 우리 임직원들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지역의료보건정보시스템 등을 안정적으로 운영하여 현장의 격무를 덜어드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장 종사자들에게 질 높은 사회보장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사용하기 편리한 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데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
글 / 박대하 선임기자, 사진 / 조병우 포토그래퍼
김현준 원장은?
부산 대동고,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 졸업 후 1995년 행정고시 39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복지부 연금정책국장, 건강정책국장, 장애인정책국장, 질병관리청 차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고, 한국사회보장정보원장 취임 직전까지 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을 역임했다. 임기는 2027년 6월 2일까지 3년이다.
복지저널 2024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